“우리 나이 들면 시골 가서 모여 살자.”친구들과 손가락 걸고 ‘도원결의’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은퇴 이후 선택지로 한 번쯤 꿈꾸는 풍경이지만 대부분 상상으로 끝난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위치한 ‘사누스’ 공동체 마을은 꿈을 현실로 옮긴 곳이다.마을을 만든 박영군(70) 사누스 대표는 서울신문 사진기자 출신이다. 그는 낮에는 카메라 메고 뉴스 현장으로 달려가고 퇴근 후에는 성당으로 달려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서울 명동성당 청년회장 시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당 친구들과 “평화로운 산골에 예쁜 집 짓고 은
배우 안성기(70)를 생각하면 굵은 주름 가득한 미소가 떠오른다. 세월을 온전히 받아들인 주름이 만들어낸 표정은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빵빵하게 ‘늙지 않는’ 배우들 틈에서 그 주름은 나이테처럼 ‘배우 안성기’를 증명해주었다. 얼마 전 어색한 가발을 쓰고 부은 듯한 그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하회탈 같은 미소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낯선 모습은 충격이었다.그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격려가 쏟아지던 지난 9월 말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장소는 그가 12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
국내 자전거 시장은 고가의 수입 브랜드와 중저가의 국내 브랜드가 양분하고 있다.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 국내 브랜드가 도전장을 던지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고급 자전거 수입에서 시작해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한 ‘세파스’이다. 고가 수입시장에 도전장세파스는 2018년 자체 자전거 브랜드인 ‘리파인드’ 시리즈를 출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리파인드는 2022 버전인 5시리즈까지 나와 있다. 439만원에 출시된 ‘리파인드 5’는 지난해 12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예약 판매에
국민화가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1921~2022) 여사가 지난 8월 13일 향년 100세(한국 나이 101세)로 사망했다.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이태성(야마모토 야스나리. 72)씨는 주간조선에 "지난 8월 13일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100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장례는 도쿄 세타가야 기독교회 예배당에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렀다“고 전해왔다. 이와 함께 태성씨는 ”한국 아이들이 보낸 그림과 편지에 어머니도 나도 아주 많이 힘을 얻었다. 마음속 깊이 감사한다“는 말도 전해왔다.태성씨가 말한 ’그림과 편지‘의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전(7월 6~18일)이다. 전시장에는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살고 있는 한센인 미술인들의 모임 ‘해록예술회’ 14명의 작품 60여점이 걸렸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한센병으로 손마디가 뭉툭해져 붓을 잡기도 어려웠던 이들이 대부분인 데다 70~80대의 고령이다. 해록예술회 회장인 김기춘씨가 72세로 막내이다. 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이들에게 그림은 희망과 치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소록
세종시 청소년들에게 최근 핫플레이스가 생겼다. 문을 연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주말이면 아침 일찍 달려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들어갈 수 있다. 카페처럼 멋진 공간에 없는 것이 없다. 입장료도 무료이다. 눈치 볼 어른도 없고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다.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1216 트윈세대 전용이다.트윈세대는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낀 세대(between+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세종시의 12~16세 트윈세대들이 달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세종시립도서관이다. 사실 트윈세대는 도서관에서 사라지는 나이이다. 1
“BTS를 모르면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없다.”“지구상에 한국 같은 나라는 없다.”“내가 아이가 있다면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겠다.”미국의 대표적인 한류 연구자로 알려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샘 리처즈(61· Sam Richards)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역설한 말들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스타 교수이다. 그의 강의는 매 학기 700~800명의 학생이 수강을 한다. 미국 대학에서 가장 큰 강의이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그의 강의 방식은 독특하다. 학생이나 게스트를 불러 하나의 주제를 던지
지난 4월 28일 국세청은 배달라이더, 학원강사, 대리운전기사, 개인간병인, 목욕관리사 등 플랫폼 노동자 약 227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세 약 5,500억을 환급하는 내용을 담은 ‘5월 종합소득세·개인지방소득세 신고 안내’를 발표했다. 이는 올해 낼 종합소득세보다 원천징수로 납부한 세액이 더 많이 징수된 경우, 그 차액을 계산해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소득세 환급금을 찾아 돌려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라이더 수입이 있다고 무조건 자동환급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환급 대상이어도 신고하는 게 더 유리
지난 5년 동안 전국에서 문을 닫은 은행 점포는 1300곳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의 점포 축소 경쟁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만 311곳이 사라졌다. 두 은행이 공동 점포를 쓰고 점포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는 등 공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19개 시중은행의 총 점포수는 6094개(2021년 말 기준)이다.시중은행과는 거꾸로 MG새마을금고는 현재 본점 1297곳, 지점을 포함하면 3242곳이 운영되고 있다. ‘독도 빼고는 없는 데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점포 효율화
다음의 단어들 중 자신이 ‘약함’을 느낄 때는 어떤 때인가?‘저평가된, 내성적인, 악순환에 갇힌, 단절된, 오해받는, 무시당하는, 혼란스러운, 외로운, 방황하는, 고립된, 자존감이 낮은, 뿌리를 잃은, 불안정한, 거절당한, 의지가 꺾인…’.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그 단어가 바로 나의 ‘약함’의 고리이다. 대부분은 그 약함을 외면하고 숨기고 싶어 한다. ‘약함’과 ‘약점’을 동의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힘의 역학’을 벗어나면 ‘약함’ 속에 반전이 숨어 있다.서울 종로구 사직로 ‘아쇼카 스페이스’에
국내 기업들의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바람이 거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미국 아티스트와 협업한 NFT 콘텐츠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도 NFT 경품 이벤트를 내걸고 나섰다. 편의점 CU가 지난 3월 1일부터 진행한 NFT 증정 이벤트에는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LG생활건강도 국내 화장품 업계 처음으로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빌리프’의 캐릭터를 NFT로 발행한다. 액티브웨어 ‘젝시믹스’도 NFT 시장에 진출했다. 치킨 업계도 NFT 경쟁이 뜨겁다. BHC치킨이 자사 캐릭터 ‘뿌찌’를 활용해 한정판 N
캐나다 북부 퀘벡시는 한국인이 캐나다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 1위로 꼽히는 곳이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특히 퀘벡시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호텔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공유 분)의 성(城)으로 나온 덕분에 한국 관광객에게는 필수 방문코스이다.이 호텔 투숙객은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박 이상 투숙할 경우 하우스키핑(객실 청소)을 안 하면 1박당 나무 1그루를 호텔측이 기부하게 돼 있다. 캐나다에서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의 시대, MZ 세대(2030)는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을까. 러닝 크리에이터 플랫폼 ‘탈잉’(대표 김윤환)을 이용한 사람들의 지난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낮에는 ‘커리어 클래스’를, 밤에는 ‘머니 클래스’를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머니클래스 이용자 중 취미 등의 영역보다 커리어 클래스를 함께 결제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재테크 공부를 하는 ‘주경야財(재)’ 현상이 뚜렷했다. 탈잉에 따르면 오전 7시~오후 23시까지는 커리어 클래스가 1위, 새벽시간인 자정
“신기하다. 백화점에 이런 게 있네?”“와 대박이다. 이 가격 맞아?”세컨드핸드(Second Hand·중고품) 기업 ‘마켓인유’의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쏟아진 반응이다. 백화점 고객도 중고 의류에 놀랐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김성경(40) 마켓인유 대표도 놀랐다고 한다. “목표 매출의 2배가 넘었다. 현대백화점 측도 놀랄 정도였다.”마켓인유는 미국에서 중고 의류를 직수입해 선별작업과 세탁을 거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중고 의류 시장에서 마켓인유처럼 수입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제3국의 자원 시
지난 2월 4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영패션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 즐비한 가운데 한 매장 옆에 헌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낯선 광경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헌 옷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신상’만 모시던 백화점에 중고 옷이라니, 무슨 일일까. 세컨드핸드 기업 ‘마켓인유’(김성경 대표)가 현대백화점 초대로 일주일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에서 누가 중고 옷을 살까 싶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 중고시장 2020년 20조원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는 ‘공동경비구역’, 아니 ‘공동경비부엌’이 있다. 철모가 아니라 앞치마로 무장한 9명의 여전사들이 이곳을 지킨다. ‘공동경비부엌’의 여전사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름도 정체도 수상한 ‘요일식당 모여라땡땡땡’을 운영하는 것이다. 9명이 모두 사장이자 셰프이다. 이들은 1~3명씩 팀을 이뤄 특정 요일을 맡아 각자 방식대로 하루씩 운영한다. 9명의 본캐(본캐릭터)는 따로 있다. 농부, 전업주부, 지역활동가, 방과후강사,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등 하는 일도 다르고 살던 곳도 달랐다. 연령대도 30~50대까지 다양하다.
제주 하면 바다와 오름의 색깔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사이에는 또 다른 제주의 색깔이 있다. 제주를 찾는 객(客)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색깔이다. 사진작가 조의환도 다르지 않았다. 일 때문에 수십 년 제주공항 문턱이 닳도록 오갔지만 객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는 똑같았다. 10년 전 제주로 이사하고 제주도민이 된 그의 눈에 비로소 제주의 다른 풍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올레길을 벗어나 들판과 마을길을 누비던 어느 날이었다. 하얀 각선미를 드러낸 무가 수없이 널린 밭을 만났다. 출하 시기를 넘기고 버려진 무였다. 시골 출신인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한자의 형태는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둥글둥글 그림 같은 형태가 아직 남아 있는 서체는 전서(篆書)이고, 상형문자의 회화적 요소를 벗어나 문자의 기호적 요소를 완성한 것이 예서(隸書)이다. 예서가 현대 한자의 출발점인 셈이다. 철권통치를 했던 진(秦)나라 때 수많은 노역 죄수를 관리하기 위해 간편하고 쉬운 문자가 필요해 만들어진 탓에 노예 예(隸) 자를 써서 예서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 학설이다.글씨체는 그 사람을 드러낸다. 옛 서예가들은 글씨에 혼과 마음을 담았다. 컴퓨터 키보드 두드리느라 손글씨의 감성을 잃어버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는 멤버들 간 소통법이 음악만큼이나 화끈했다. 지난해 사망한 드러머 찰리 왓츠와 믹 재거는 종종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는 싸움을 벌였다. 밴드가 해체될 법한데도 그들은 60년을 함께했다. 지난 11월 8일 대전지법은 정치 성향이 안 맞는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우리는 왜 ‘다른 의견’에 발끈할까두 경우는 비슷한 갈등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그 이유는 뭘까.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장면을 매일 목격하는 시대이다. 특히
아흔 살을 앞둔 한 재미 지리학자가 ‘아리랑’ 연구에 빠져 중앙아시아 답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2013년 8월이었다. 지난 11월 8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한 이정면(96) 유타대 종신 명예교수였다. 인터뷰를 청해 만난 당시 89세의 노학자는 자료가 담긴 묵직한 백팩을 메고 나타나 “1937년 소련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발자취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타슈켄트까지 6000㎞를 따라가면서 고려인들을 만나고 숨은 아리랑 역사를 찾아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학자는 “호랑이도 때려잡을 수 있다”면서